정부가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8·13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신규 택지뿐 아니라 기존 사업의 착공을 앞당기고 각종 공급 지연 요인을 제거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연결되는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문제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공공 녹지로 조성될 용산공원까지 주택 공급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용산공원 전체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군인아파트와 장교숙소 등 건축물이 있던 일부 부지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 본체에 주택을 건설하는 방안에 명확히 반대하고 있다. 오 시장은 26일 김 장관과의 회동에서도 용산공원은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민 여론도 정부안에 우호적이지 않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용산공원 내 공공주택 공급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3.9%로 나타났다.
"공급 속도전이라면서 용산공원은 얼마나 빠른가"
정부가 용산공원 활용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산공원이 정부가 원하는 '신속 공급'에 적합한 부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미군기지 반환과 오염토 정화, 도시계획 수립 및 인허가 등을 거치면 용산공원 역시 착공까지 7~10년가량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공급 속도전이라는 정책 방향과 실제 공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신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이전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는 약 39만3천㎡로, 서울시는 시설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를 개발하면 약 1만~1만3천가구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천물재생센터 역시 이전부터 주택 건설까지 약 10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어느 쪽도 당장 몇 년 안에 입주할 수 있는 단기 공급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원에 집 짓기 전에 기존 도시의 공급 여력부터 살펴야
서울에는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해 역세권 개발, 유휴부지 활용 등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다른 수단도 존재한다.
실제로 정부의 8·13 대책 역시 새로운 땅을 찾는 것뿐 아니라 기존 사업의 착공을 앞당기고 사업성을 개선해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 모두가 이용해야 할 대규모 공원에 주택을 짓는 방안은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한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특히 용산공원은 한번 주택용지로 개발하면 다시 공원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 유휴부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 주택 공급은 분명 시급하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하니 공원에도 집을 짓자'는 접근이 장기적인 도시계획의 해답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택 공급량이라는 숫자 못지않게 수십 년 뒤 서울에 어떤 공간을 남길 것인지도 중요하다. 주택은 다른 부지를 찾아 추가로 공급할 수 있지만, 서울 한복판의 대규모 공원은 한번 잃으면 다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