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는 싸게 사는 곳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지난달 서울에서는 아파트가 평균적으로 감정가보다 비싸게 팔렸다. 가장 ‘비싸게’ 팔린 곳은 강남도 용산도 아닌 관악구였다.
서울 낙찰가율 100.1%…1위 관악구 111.7%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0.1%로 전달보다 5.4%포인트 올랐다. 석 달 만에 다시 100%를 넘었다. 자치구별로는 관악구가 111.7%로 가장 높았고 성북구가 108.0%로 뒤를 이었다. 감정가 1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11억원 넘게 주고 산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다.
가격대를 나눠 보면 더 분명하다. 감정가 15억원 이하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103.6%였지만, 2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97.1%에 그쳤다. 10월 셋째 주에는 구로구 한신휴플러스가 116.8%, 동대문구 신답극동이 115.2%, 강동구 강동리버스트4단지가 111.9%에 낙찰됐다. 대부분 전용 60㎡ 안팎의 소형이다.
그런데 낙찰률은 3년 반 만에 최저
재미있는 건 같은 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이 21.8%로 2023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는 점이다. 경매에 나온 261건 가운데 열 건 중 여덟 건 가까이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전국 아파트 경매 물건은 3851건으로 2014년 3월 이후 가장 많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물건은 쏟아지는데 팔리는 건 일부이고, 팔리는 물건에는 사람이 몰려 값이 감정가를 넘는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자금 부담이 덜한 중저가 소형으로 좁혀졌고, 그 좁은 문 앞에 입찰자들이 줄을 선 것이다.
감정가 넘겨 사면 손해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감정가는 감정평가 시점의 가격이다. 경매개시 뒤 감정을 하고 첫 매각기일까지는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그사이 시세가 올랐다면 감정가의 110%에 사도 시세보다 싸게 산 것일 수 있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만으로 ‘경매가 과열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로 기준을 시세가 아닌 감정가에 두면 실수하기 쉽다. 입찰가를 정하기 전에 최근 실거래가와 현재 호가를 확인하고, 취득세와 명도 비용, 미납 관리비, 수리비까지 더해 ‘총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그 합계가 같은 단지 급매물 가격보다 높다면 경매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경매장에서 감정가는 출발선일 뿐이다. 남들이 얼마를 쓰는지보다 내가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해두는 사람이 결국 웃는다.
김현수 기자
참고 자료: 아시아경제(2026.11.5), 뉴스핌(2026.10.23)
※ 대표 사진: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자료사진) · 사진: Ox1997cow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