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법원경매에 나온 물건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1~9월 전국에서 진행된 경매는 26만3018건으로, 지난해 1년 치(28만767건)의 93.7%에 이미 다다랐다. 그런데 주인을 찾는 물건은 열 건 중 두 건에 그친다.
이 속도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진행 건수는 35만건 안팎까지 늘어 2009년 기록(29만7038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많은 물건이 법정에 나오는 셈이다.
신청 건수는 내년 물건의 예고편
새로 들어오는 물건도 많다. 같은 기간 경매 신청은 8만3194건으로 작년 연간(12만1261건)의 약 70%다. 연말에 신청이 몰리면 2009년의 연간 최대치(12만4252건)를 넘을 수도 있다.
경매는 신청부터 감정평가,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을 거쳐 첫 매각기일이 잡히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올해 쌓인 신청 물량은 상당 부분 내년 법정에서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
물건은 많은데 매각률은 21%
문제는 팔리는 비율이다. 올해 전국 매각률은 21.2%다. 열 건 중 여덟 건가량은 유찰돼 최저가를 낮춰 다음 기일로 넘어간다.
아파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진행 건수는 3만271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만1392건)보다 늘었지만 매각률은 35.9%에서 33.0%로 내려갔다.
서울은 ‘8억 이하 외곽’에만 응찰
서울 아파트 경매는 가격대에 따라 분위기가 뚜렷하게 갈린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경매는 72건이 진행돼 8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11.1%로 한 주 전(21.7%)의 절반이다.
반면 낙찰가율은 101.2%, 103.2%, 104.7%로 2주 연속 올랐다. 팔린 물건은 감정가보다 비싸게 팔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유찰됐다는 뜻이다. 응찰자가 몰린 곳은 감정가 8억원대 이하 외곽 아파트였고,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이 배경으로 꼽힌다.
노원구가 대표적이다. 올해 노원구 아파트 경매 62건 중 30건(48.4%)이 감정가 이상에 팔렸다. 1년 전에는 104건 중 8건(7.7%)뿐이었다. 올해 7월 월계동의 한 단지는 21명이 응찰해 낙찰가율 134.8%를 기록했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 내년 물건은 등기부에서 먼저 보인다. 경매가 신청돼 개시결정이 나면 법원이 등기부에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를 촉탁한다. 관심 단지의 등기부를 주기적으로 떼어 보면 매각기일 공고보다 몇 달 앞서 물건을 알 수 있다.
- 가격대마다 입찰가 기준을 따로 세운다. 8억원대 이하 서울 외곽 아파트는 1회차부터 감정가를 넘겨 팔리는 경우가 많다. 노원구처럼 절반 가까이가 감정가 이상에 팔리는 지역이라면 ‘한 번 유찰되면 들어간다’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 주간 낙찰가율은 표본부터 확인한다. 낙찰이 8건뿐인 주의 104.7%는 몇몇 인기 물건이 끌어올린 숫자다. 낙찰 건수가 적은 주의 통계를 그 지역 전체 시세로 일반화하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와 매각률의 월별 추이는 본지 11월 2일자 「서울 아파트 경매 석 달 새 45% 늘어」 기사에서 다뤘다.
김현수 기자
참고 자료: 한국경제 「쏟아지는 경매 물량…올해 사상 최대 전망」(2026.11.2), 한국경제 「경매도 양극화…서울 외곽 8억대 이하에 몰린다」(2026.11.1), 법원 경매통계, 지지옥션 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