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줄을 서면 세금이 이긴다. 세금보다 앞서려면 ‘하루라도 먼저’ 줄을 서야 한다.
지난 회에서 세금도 줄을 서고, 그 날짜가 법정기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은행 근저당과 세금이 정확히 같은 날 줄을 섰다면 누가 먼저 돈을 받을까. 날짜가 같으니 사이좋게 나눌 것 같지만, 답은 그렇지 않다. 같은 날이면 세금이 먼저다.
왜 세금이 이기나
국세기본법은 세금이 원칙적으로 다른 채권보다 먼저라고 정해 두고, 예외를 하나 둔다. 법정기일 ‘전에’ 설정된 근저당·전세권과 확정일자 임차권은 세금보다 먼저 배당받는다는 것이다. 지방세기본법도 같은 구조다.
열쇠는 ‘전에’라는 두 글자다. 하루라도 먼저 설정된 근저당만 예외로 인정받는다. 같은 날 설정된 근저당은 ‘전에’가 아니므로 예외가 되지 못하고,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 세금이 앞선다. 실무와 다수 학설도 이렇게 본다.
하루 차이가 1천만원을 가른다
숫자로 보자. 배당할 돈이 2억원인 집에 은행이 2023년 5월 10일 1억5천만원 근저당을 잡았다. 같은 날, 집주인은 종합소득세를 신고만 하고 내지 않았다. 체납액은 6천만원, 법정기일은 신고한 날인 5월 10일이다.
| 구분 | 근저당 5월 10일 (같은 날) | 근저당 5월 9일 (하루 먼저) |
|---|---|---|
| 종합소득세 (5월 10일) | ① 6천만원 | ② 5천만원 |
| 은행 근저당 | ② 1억4천만원 | ① 1억5천만원 (전액) |
| 은행이 못 받는 돈 | 1천만원 | 0원 |
※ 배당할 돈 2억원 기준,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가상 사례
근저당 설정이 하루만 빨랐어도 은행은 전액을 받았다. 이 계산은 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이런 근저당 채권을 사들여 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NPL 투자자라면, ‘같은 날’ 하나를 놓쳐 수익 계산이 통째로 틀어질 수 있다.
‘같은 날’ 싸움, 상대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같은 날 줄을 섰을 때 누가 이기는지는 맞붙는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경매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네 가지를 정리했다.
| 같은 날 맞붙으면 | 누가 먼저 | 이유 |
|---|---|---|
| 근저당 vs 세금 | 세금 | 법정기일 ‘전에’ 설정된 담보만 세금보다 앞선다 |
| 근저당 vs 근저당 | 순위번호(접수 순서)가 빠른 쪽 | 같은 을구 안에서는 순위번호로 정한다(갑구·을구 사이는 접수번호) |
| 근저당 vs 세입자 확정일자 (전입은 이미 마친 경우) |
같은 순위, 금액 비율로 나눔 | 확정일자에는 시각이 없어 누가 먼저인지 가릴 수 없다 |
| 근저당 vs 세입자 전입신고 | 근저당 | 세입자의 대항력은 전입 다음날 0시에 생긴다 |
자료: 국세기본법 제35조, 지방세기본법 제71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입찰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마지막 줄이다. 세입자가 근저당과 같은 날 전입했다면 근저당보다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대항력은 다음날 0시에야 생긴다. 이 세입자는 대항력이 없고, 낙찰자가 보증금을 떠안지 않는다. 반대로 전입이 하루만 빨랐다면 대항력 있는 세입자가 되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진다. 등기부와 전입일을 볼 때 ‘같은 날’이 보이면 반드시 멈춰서 따져 봐야 하는 이유다.
체크포인트
- 근저당과 세금이 같은 날이면 세금이 먼저다. 근저당은 ‘하루라도 먼저’여야 이긴다.
- 근저당끼리 같은 날이면 순위번호, 근저당과 확정일자가 같은 날이면 나눠 갖는다.
- 세입자 전입이 근저당과 같은 날이면 대항력이 없다. 하루 차이가 인수 여부를 가른다.
참고 법령: 국세기본법 제35조, 지방세기본법 제71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제3조의2
다음 회 예고 · 배당순위 완전정복 ③
“맨 앞자리 당해세, 2023년부터 세입자에게 자리를 내줬다”
‘빌라왕’ 사건 이후 바뀐 당해세와 확정일자 세입자의 순서. 무엇이 바뀌었고, 입찰자의 인수금 계산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