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강의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얼마에 써야 낙찰되나요?”다. 그런데 막상 낙찰 뒤에 수강생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가격이 아니다. 떠안아야 할 보증금, 그리고 나가지 않는 점유자다. 이 두 가지는 모두 한 장의 표에서 미리 보인다. 바로 배당표다.
배당표는 낙찰 뒤가 아니라 입찰 전에 그린다
법원이 만드는 배당표는 낙찰자가 잔금을 낸 뒤에야 나온다. 그때 보면 늦다. 입찰자는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부, 전입 내역을 펼쳐 놓고 ‘예상 배당표’를 직접 그려 봐야 한다. 누가 먼저 줄을 섰는지, 내가 쓸 낙찰가로 누구까지 돈이 돌아가는지. 이 표를 그리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리지 않은 대가는 수천만 원이 될 수 있다.
배당표가 알려주는 첫째, 내가 떠안을 돈
대항력 있는 세입자가 배당에서 보증금을 다 받지 못하면, 남은 돈은 낙찰자가 물어줘야 한다. 본지 연재 ‘배당순위 완전정복’에서 짚었듯, 세금 날짜 하나와 하루 차이 하나로 그 금액이 바뀐다. 예상 배당표 없이 입찰가를 쓰는 것은 영수증을 보지 않고 계산대 앞에 서는 것과 같다.
둘째, 명도의 난이도
배당표는 명도의 지도이기도 하다. 세입자가 법원에서 배당금을 찾아가려면 낙찰자가 내주는 명도확인서가 필요하다.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는 세입자라면 낙찰자는 협상의 열쇠를 쥐고 시작하는 셈이다. 반대로 한 푼도 못 받는 세입자는 잃을 것이 없으니 버티기 쉽다. 같은 아파트, 같은 낙찰가라도 배당표에 따라 이사 날짜와 이사비가 달라지는 이유다.
도매시장에도 계산서는 있다
나는 늘 “법원경매는 부동산의 도매시장”이라고 말한다.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도매시장일수록 계산서를 꼼꼼히 봐야 한다. 경매에서 그 계산서가 배당표다. 낙찰가가 싸 보여도 인수금과 명도 비용을 더하면 시세보다 비싼 물건이 될 수 있다.
경매초보도 누구나 금덩어리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결국 큰부자가 되지 못한다. 그 ‘제대로’의 첫걸음이 배당표를 그리는 일이다. 다음 물건을 볼 때는 입찰가를 적기 전에, 종이 한 장에 줄부터 세워 보자. 누가 먼저이고, 내 돈은 어디까지 안전한가.
입찰가보다 배당표가 먼저다. 배당표는 인수금의 영수증이고, 명도의 지도다.
SAMATHA · 대한공경매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