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출생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정부와 부모가 함께 돈을 적립해 자립자금을 마련해주는 ‘우리아이자립펀드’가 내년 도입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이 사업을 위해 1,465억원을 신규 편성했습니다. 지원 대상은 2026년 9월 1일 이후 출생아이며, 부모가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하면 정부가 가구 소득에 따라 기여금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숫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7천만원’입니다.
부모와 정부의 지원금을 합쳐 매년 200만원씩 19년 동안 적립하고, 연평균 6%의 수익률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약 7,157만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우리아이자립펀드는 예금이나 적금이 아니라 펀드 상품입니다. 6%라는 수익률을 계속 달성한다는 가정에 따른 예상치이기 때문에 실제 만기 금액은 운용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방식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저소득층 지원은 긍정적이다.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는 부모의 납입 여부와 관계없이 연 120만원을 지원합니다.
중위소득 50~100% 가구는 부모가 연 5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100만원을 지원하고, 중위소득 100~150% 가구는 부모가 10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1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중위소득 150%를 초과하는 가구에는 정부 기여금이 없습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를 위해 충분한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 가정에도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는 재정의 우선순위입니다.
정부가 아이들의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당장 지원이 필요한 가정도 많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의 식사와 주거가 걱정되는 가정, 한부모가정, 부모의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가정, 교육비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 등은 19년 뒤 받을 자산보다 지금 필요한 지원이 더 절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은 세수 감소와 복지·인구감소 대응 등으로 재정 수요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행정안전부도 세수 감소와 증가하는 재정수요를 지방재정의 어려운 여건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최근 정부 역시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한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결국 재정의 재원은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과 국가의 재정에서 나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지원사업을 만들 때마다 얼마를 투입할 것인가뿐 아니라 누구에게 우선 지원할 것인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자산을 가진 아이보다 어려운 아이에게 먼저
우리아이자립펀드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가입 대상자를 늘리는 것보다 지원이 꼭 필요한 아이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부모가 충분한 경제력을 가진 가정의 자녀에게까지 정부가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정된 재정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조금씩 나누는 정책보다 정말 어려운 가정에 더 두텁게 지원하는 정책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쉽습니다.
아이에게 19년 뒤 목돈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끼니와 주거, 교육을 걱정하는 아이를 돕는 일도 국가의 중요한 책임입니다.
결국 우리아이자립펀드의 성패는 ‘7천만원’이라는 숫자보다 한정된 재정을 얼마나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의 예산이 포함된 2027년 정부 예산안은 아직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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