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매매▲ 0.07%서울 아파트 매매▲ 0.09%전국 아파트 전세▲ 0.10%서울 아파트 전세▲ 0.17%기준금리3.00%주담대 금리(9월)4.88%주간 변동률 10/26 기준 · 자료 한국부동산원·한국은행전국 아파트 매매▲ 0.07%서울 아파트 매매▲ 0.09%전국 아파트 전세▲ 0.10%서울 아파트 전세▲ 0.17%기준금리3.00%주담대 금리(9월)4.88%주간 변동률 10/26 기준 · 자료 한국부동산원·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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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세운4구역 세계유산영향평가 명령…서울시 "완충구역 밖"
'거리'에서 '가치'로 바뀌는 유산 주변 개발 기준, 주변 재개발 사업성도 흔들

서울 종로 한복판,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과 도시개발’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현장이 됐다. 높이 140m대 빌딩을 지으려는 서울시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의 경관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유산청이 1년 넘게 맞서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종묘가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두렵다는 취지로 우려를 나타낼 만큼 갈등이 커졌다.

55m→71.9m→141.9m…높이를 둘러싼 8년

갈등의 핵심은 건물 높이다. 2018년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맞췄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해 사업성 개선 등을 이유로 최고 높이를 145m(앙각 규정 적용 시 141.9m)로 올렸다. 현재 계획상 높이는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다.

법적 다툼에서는 서울시가 먼저 웃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6일, 국가지정유산 주변 100m 보존지역 밖의 건설공사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낸 무효확인 소송에서 서울시와 시의회가 이긴 것이다.

“완충구역 밖” vs “거리가 아니라 가치”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올해 5월 6일 서울시와 종로구, 사업시행자인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에 세운4구역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실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평가를 마치고 그 결과에 따라 계획을 고친 뒤에야 인허가를 진행하라는 취지다. 종묘와 관련해 이런 이행 명령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양측의 논리는 뚜렷하게 갈린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의 세계유산 완충구역 밖에 있고, 현행 법령에 영향평가를 강제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본다. 20년 넘게 사업을 기다려 온 주민들의 재산권과 도시계획 권한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평가는 유산과의 거리가 아니라 유산의 가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주변 100m 보존지역이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맞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도 완충구역 밖 고층 건물이 종묘 안에서 바라보는 경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해 왔다.

세계유산 ‘삭제’는 남의 일 아니다

해외에서는 개발 때문에 세계유산 지위를 잃은 사례가 있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4년 등재됐지만 4차선 교량 건설로 경관의 완전성이 훼손됐다는 판단을 받아 2009년 목록에서 지워졌다. 영국 리버풀 해양무역도시도 대규모 개발이 누적된 끝에 2021년 지위를 잃었다. 물론 이 사례들을 종묘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읽어야 할 신호

이번 갈등은 세운4구역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은 종묘·창덕궁·조선왕릉 등 세계유산과 수많은 국가지정유산이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다. 유산 주변 개발에서 ‘보존지역 100m’라는 거리 기준만이 아니라 ‘유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그 주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높이와 일정, 사업성 계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경매나 일반 매매로 유산 주변 토지·건물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표시된 규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근에 세계유산이나 국가지정유산이 있는지, 관련 기관 간 협의나 영향평가가 진행 중인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기대했던 높이와 용적률이 그대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존과 개발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결국 관건은 영향평가의 대상과 시점, 기준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이다. 그 답이 나오기 전까지 종묘 앞의 시계는 쉽게 움직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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