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일(월) 매각기일부터 전국 법원 경매법정의 기일입찰표가 새 양식으로 바뀐다. 대법원은 법원경매정보 공지사항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입찰자들에게 기존 양식을 쓰다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새 양식을 쓰라고 당부했다.
새 양식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곳은 입찰가격란이다. 바로 아래에 ‘올바르게 쓴 예’와 ‘잘못 쓴 예’를 나란히 보여주는 기재 사례가 처음 들어갔다. 0을 하나 더 써서 응찰액이 10배로 뛰고, 끝내 보증금을 날리는 사고를 입찰표 단계에서부터 막으려는 장치로 보인다.
언제부터, 어디서 받나
대법원 공지에 따르면 새 양식은 2026년 11월 2일 매각기일부터 쓰인다. 파일은 10월 30일 오후 1시부터 법원경매정보 홈페이지 ‘경매서식’ 메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평소 집에서 입찰표를 미리 출력해 법정에 가는 입찰자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프린터 옆에 쌓아둔 옛 양식을 그대로 들고 가는 실수가 생기기 쉽다. 대리입찰에 쓰는 위임장은 입찰표 뒷면에 인쇄되므로, 새 양식으로 받으면 위임장도 함께 바뀐다.
무엇이 바뀌었나
전산양식 번호(A3360)와 흰색 A4 규격은 그대로다. 내용은 세 군데가 달라졌다.
첫째, 경고 문구가 생겼다. 입찰가격 칸 바로 밑에 ‘0’을 한 번 더 쓰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안내가 붙었다.
둘째, 기재 사례 표가 들어갔다. 1억9천만원(190,000,000원)을 예로 들어 정상 기재, 끝에 0을 하나 더 붙인 경우, 중간에 0을 끼워 넣은 경우를 칸 그대로 비교해 보여준다.
| 입찰가격 190,000,000원(1억9천만원) 기재 예시 | |||||||||
| 구분 | 억 | 천만 | 백만 | 십만 | 만 | 천 | 백 | 십 | 일 |
| ○ 올바른 기재 | 1 | 9 | 0 | 0 | 0 | 0 | 0 | 0 | 0 |
| × 끝에 0 추가 → 19억원 |
한 칸씩 왼쪽으로 밀려 10억 자리부터 1·9·0…0이 채워짐 | ||||||||
| × 중간에 0 추가 → 10억9천만원 |
1과 9 사이에 0이 끼어 1·0·9·0…0으로 기재됨 | ||||||||
▲ 새 기일입찰표에 추가된 기재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 ⓒ법원경매신문
셋째, 주의사항이 짧아졌다. 예전 양식은 11개 항목이 빼곡했다. 새 양식은 이를 6개로 묶고, 꼭 지켜야 할 대목만 굵게 강조했다. 입찰가격은 고칠 수 없으니 틀리면 새 용지를 쓸 것, 대리입찰은 위임장과 인감증명을 붙일 것, 공동입찰은 공동입찰신고서와 입찰표 사이에 전원이 간인할 것 등이다.
| 항목 | 기존 양식 | 새 양식(11.2~) |
| ‘0’ 경고 문구 | 없음 | 입찰가격란 바로 아래 추가 |
| 기재 사례 | 없음 | 1억9천만원 예시(정상·끝 0·중간 0) |
| 주의사항 | 11개 항목 | 6개 항목, 핵심 굵게 강조 |
| 양식 번호·규격 | 전산양식 A3360, 흰색 A4 (변경 없음) | |
| 내려받기 | 10.30(금) 오후 1시부터 법원경매정보 → 경매서식 | |
▲ 기일입찰표 신·구 양식 비교 ⓒ법원경매신문
‘0 하나’의 대가…대법원은 구제하지 않았다
양식까지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입찰가를 잘못 쓰면 법원에서도 구제받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법원 2010년 2월 16일자 2009마2252 결정이다. 최저매각가격이 4억8,640만원인 아파트에 5억3,200만원을 쓰려던 입찰자가 0을 하나 더 적었다. 응찰액은 53억2,000만원이 됐고, 그대로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됐다. 1심과 항고심은 매각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입찰자 본인의 착오로 금액을 높게 쓴 것은 민사집행법 제121조가 정한 매각불허가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여러 이해관계인이 얽힌 경매 절차는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남는 길은 둘뿐이다. 10배 값에 사거나, 대금을 내지 않고 보증금(이 사건에서는 4,864만원)을 포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 번 낸 입찰표는 취소·변경·교환할 수 없다(민사집행규칙 제62조 제6항).
입찰 당일 체크포인트
① 11월 2일부터는 새 양식만. 미리 뽑아둔 옛 입찰표는 버리고 10월 30일 이후 새로 받는다. 법정에 비치된 양식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② 오른쪽 ‘일’ 칸부터 맞춘다. 다 쓴 뒤 맨 끝 숫자가 ‘일’ 칸에 있는지, 맨 앞 숫자가 ‘억’ 칸인지 ‘십억’ 칸인지 손가락으로 짚어 본다.
③ 소리 내어 읽는다. “일억 구천만 원”처럼 한글로 읽어 보면 자릿수 착오가 바로 드러난다.
④ 틀리면 고치지 말고 새 용지. 두 줄 긋고 고친 입찰표는 다툼의 불씨가 된다.
⑤ 보증금액란도 같은 방법으로. 보증금이 모자라면 그 입찰은 무효다. 입찰가격과 똑같이 자릿수를 확인해야 한다.
양식이 바뀌어도 책임은 입찰자에게
새 양식의 예시는 친절한 안내일 뿐, 실수를 대신 막아주지는 않는다. 몇 달을 들인 권리분석과 시세조사도 입찰표 숫자 하나에 무너질 수 있다. 경매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법정 안, 종이 한 장 위에서 나온다.
참고자료: 대법원 법원경매정보 공지 「기일입찰표 양식 변경 안내」(2026. 9. 30.) / 대법원 2010. 2. 16.자 2009마2252 결정 / 민사집행법 제121조 / 민사집행규칙 제6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