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막고 대출 좨놓고 자투리땅 뒤지나… 시장이 비웃는 ‘아마추어 공급론’


8·13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지 불과 열흘 남짓 만에 청와대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여당 지역위원장들에게 '도심 내 자투리 주택 부지를 찾아내라'며 긴급 요청을 보냈습니다. 서울 강북권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하고 주간 매매가격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되는 등 시장의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자 비상이 걸린 탓입니다.

그러나 멀쩡한 도심 재개발·재건축은 온갖 규제로 꽁꽁 묶어두고,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시장의 민간 공급 기능을 마비시켜 놓은 채, 이제 와서 자투리 유휴부지를 뒤지는 모습은 전형적인 '아마추어적 임기응변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정부 정책의 구조적 모순과 시장을 왜곡시킨 진짜 원인, 그리고 법률·정책적 해결책을 짚어봅니다.

1. 원인의 왜곡: 정비사업 규제와 다주택자 탄압이 불러온 공급 가뭄

현재 서울과 수도권이 겪고 있는 집값 및 전월세 시장 폭등은 단순한 부지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억제책과 징벌적 과세 및 대출 규제가 누적되어 나타난 구조적 '공급 가뭄'의 결과입니다.

도심 공급의 핵심, 정비사업 억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신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재개발·재건축입니다. 그러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복잡한 인허가 절차, 용적률 제한 등으로 정비사업 물꼬를 막아버린 결과가 지금의 신축 공급 절벽으로 이어졌습니다.

민간 임대 시장의 마비: 다주택자와 주택임대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 삼아 대출을 막고 실거주 의무를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민간이 공급하던 전월세 매물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결국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완성된 것입니다.

2. 대책의 모순: 용산공원·그린벨트 만물상 접근의 한계

시장이 원하는 것은 "내가 살고 싶은 입지에 양질의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는 신뢰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단기 자투리 부지나 태릉CC, 과천 경마장 등은 입주까지 최소 6~7년 이상이 소요되는 데다, 지역 주민 및 지자체와의 거센 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의 협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용산공원 부지 일부를 주택지로 쓰겠다거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겠다는 방식은, 정당한 법적 절차와 공공의 생태 자산을 무시한 주먹구구식 접근에 불과합니다.

현행 법률상 용산공원 본체부지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엄격히 매각 및 용도변경이 금지되어 있으며, 지자체의 협조 없는 일방통행식 부지 지정은 소송전과 사업 지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3. 시장이 바라는 근본적 해법: '규제 풀고 정비사업 물꼬 터라'

정부가 진정으로 시장을 안정을 시키고자 한다면, 보여주기식 '자투리땅 모으기'를 중단하고 시장의 시장 원리를 인정하는 전향적인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전면 간소화: 정비사업 조합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층수 제한 및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불합리한 정비사업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합니다.

실거주 의무 및 대출 규제의 합리적 수정: 실거주 여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선의의 1주택자와 정상적인 민간 임대사업자들에게 물꼬를 터주어, 전월세 시장에 민간 매물이 자연스럽게 공급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기존 발표 정책의 신속한 이행: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무리하게 연이어 부실한 대책을 발표하기보다, 이미 지정된 3기 신도시 및 도심 공급 사업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 행정력 낭비를 막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입니다.

[사설 총평]

시장은 말이나 보여주기식 대책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규제로 도심 공급의 핏줄을 막아놓고 자투리 부지를 찾아 소란을 피우는 것은 근본적 치료가 아닌 '임봉응변식 처방'일 뿐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아마추어적인 공급 정책에서 벗어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민간 임대 기능 회복이라는 시장 친화적 정공법을 택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집값 불안을 잡고 무주택 서민들에게 진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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